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에는 번역상의 특징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 2절 앞의 접속사 문제
창세기 1:2은 아무 접속사가 없이 곧바로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라고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원어에 보면, 2절 초입에 “와우”라는 접속사가 붙어있고, 영어성경에는 “and” 또는, “now”의 접속사가 붙어 있다.
히브리어 “와우”는 영어의 and, but, or, so, then, because, therefore등 매우 다양하게 쓰이는 접속사, 또는 부사로서 사용되어 진다. 우리말 성경번역에는 아무데도 이 접속사를 해석하지 않고 있는데 영어번역에서도 and 또는 now등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음을 보게 될 때 쉽게 이 부분을 무시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이 단어들은 보기에는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아도 이 접속사 하나로 인해 매우 중요한 신학적인 입장차이가 생기게 된다. 우리말 성경처럼 접속사를 해석하지 않으면 창1:1은 마치 제목처럼 여겨지게 되고, 2절은 빛의 창조 이전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접속사를 해석하게 되면 1절로부터 이미 하나님의 창조행위로 들어간다. 다시 말해서 이런 번역이 가능해 지게 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그런데(혹은 그러나) 그 창조하신 땅의 상태는 이러이러했다”가 되어 1절이 우주 천체를 창조하신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즉 1:1절의 말씀은 2절과 Gap을 두지 않고 함께 연속되어진 역사적 한 사건으로 보면서 1절은 하나님의 창조의 시작으로 선언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또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창조당시의 상황과 배경이다.
2) 혼돈과 공허
우리말 개역 성경은 히브리어의 “토후”와 “보후” 두 단어를 “혼돈”과 “공허”로 번역을 하였다. 그러나 공동번역에서는 이를 더 구체적인 논점으로 전개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토후는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은 상태”로, 보후는 “아무 것도 생기지 않은 상태”로 해석역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 성경에서는 “형제가 없음”과 “공허”로 번역을 하여 개역과는 의미와 뉘앙스가 다른 양상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어성경은 어떤가?
영어성경은 토후를 without form, 또는 formless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형체가 없음”의 의미를 말한다. 그리고 보후를 void 또는 empty로 번역하여 “공허함, 비어있음”의 의미로 번역하였다.
그런데 이 단어들의 해석에도 중대한 신학적인 입장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토후나 보후를 주관적인 입장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창조 후 일어난 어떤 영적인 반란으로 인한 결과를 암시하게 된다. 그리고 객관적인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단순히 그 상태가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어떤 영적인 반란 같은 사건의 개입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지면이 허락 되는대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다.
3). 하나님의 영(靈)
우리말 개역에서는 “하나님의 신(神)”이라고 번역하여 새 성경의 “하나님의 영(靈)”과 맥을 같이 한다. 즉 “With the Spirit of God was moving over the face of the water”로서, 성령의 인격적인 존재와 역사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같이 영어번역에서는, 입장을 같이 하여 하나님의 영, 성령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공동번역에서는 “하나님의 기운”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하나님의 기운이라고 하는 번역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것은 인격적인 성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단순히 하나님의 기운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공동번역이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성령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구절을 천지창조에 있어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좋은 구절로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된다.
즉 성부하나님은 말씀으로 지으심으로 창조의 주체와 행위자가 되시고, 성자 하나님은 말씀(요1:1)이시기 때문에 창조의 매개와 중심이 되시며, 성령 하나님은 창조의 내용, 즉 생명력이 되셔서 창조의 의미가 되신 것이다. 따라서 창조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사역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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